활기가 가득한 도시, 그 속에는 수많은 건물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습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다양한 사건과 경험들을 마주합니다. 도시, 건물, 그리고 공간 속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 그리고 행동들이 인간의 삶을 형성하고 삶을 대하는 인식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들 입니다. 도시는 여러 개인의 삶과 구성원들의 활동을 담아 내기위해 만들어진, 자연과 반대된 인위적인 환경입니다. 이곳은 사람의 의식을 성장시키고, 인간의 삶과 죽음을 담아내는 커다란 인큐베이터와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수많은 건축물들이 모여 만들어진 도시는 그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건물들은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와 목적에 맞게 계획되어 사용되고, 하나 둘 모인 건물의 군집은 도시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활동하고 행동하는 건물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람들의 욕구가 무엇이고, 어떠한 욕망에 의해 만들어 졌는지를 역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로마의 오래된 신전에서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 추측해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도시를 만들지만, 역으로 도시가 우리를 어떻게 움직이게 만드는지를 추측해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는지, 인간의 탄생과 죽음의 과정이 담긴 생애 속 욕구들을 추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건축은 인간의 의식이 세겨진 DNA 장부와 같습니다. 그 안에 놓인 건축물들이 모여 도시의 환경이 형성되는데, 도시의 환경은 곧 공동체의 정신이자 정치, 사회적 신념과 시대적 사상이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건물과 도시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인간의 존재가 사라진다면, 마치 폐허가 되는 것처럼 건물과 도시의 존재 또한 사라지게 됩니다. 도시와 건물은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때때로 주객이 전도된 현실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공간은 거주의 장소가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안위와 평온함보다도 착취의 대상으로, 건물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자산 가치와 등급으로 평가되어 갑니다. '불패의 부동산'이라는 신화 속에서 대한민국에서 도시와 건물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에서 벗어나 인간을 종속시키는 구조로 변질되어 사회집단의 신념으로 자리잡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온 도시의 환경이 과연 인간 윤리를 중심에 두고 작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인간이 그 체계에 적응하도록 무의식적인 강요를 받고 있는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가 반복되어 제기되어 왔으나 마땅히 눈에 보이는 해답을 제시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도시와 건축은 사회집단의 합의와 약속으로 형성되어 탄생한 정성깊게 만들어진 구조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있기에 우리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사회구조적 모순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는 조금씩 공동체의 의식이 메말라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삶의 방향이 죽을때까지 버티고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의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라면, 지금 사회집단에서 통용되고 있는 가치들에 대해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텅빈 헛간을 애지중지 여기며 지키고 서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거주 환경에서부터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의 내부까지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전에, 도시와 건축을 들여다 보기에 앞서,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인간에 대해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도시와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만으로는 올바른 답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도시와 건축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언제나 인간입니다. 인간에 대한 성격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건축이 인간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 차례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럼으로써 오늘날의 해소되지 않는 사회적 문제들을 차례대로 바라보고, 앞으로 우리의 삶은 어떠한 방향으로 향해야 하는지를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그러기 전에 우선,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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